작년에 꿀벌과 꿀의 효능에 관한 글을 포스팅한 적이 있다. 꿀벌이 하는 역할 등에 대해 소개하였으며 꿀벌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경고하였는데 이제 그 상황이 더 심각해진 듯 하다. 최근에는 70억마리의 꿀벌이 사라졌다는 소식이 들려왔는데 이에 따라 농작물에게도 피해가 미쳤다. 그리고 수박과 참외 등의 농작물들의 가격이 급격히 치솟기 시작했다.
꿀벌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전국 양봉농가 곳곳에서 꿀벌이 집단 실종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되고 있다고 한다. 이상기후와 해충이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런 꿀벌들이 사라지면서 양봉업계와 과수농가가 혼란스럽게 되었다. 겨울잠에서 깨야할 벌들이 벌통을 비운 채 자취를 감춘 것이다.
농촌진흥청과 한국양봉협회에 따르면 올해 전국 4173개 농가, 39만 517개 벌통에서 꿀벌이 사라졌다. 벌통 1개당 5000~2만 마리가 사니 60억에서 70억 마리가 없어진 것이다. 피해 금액만 이미 1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꿀벌은 꽃의 꿀, 꽃가루를 모으면서 수정을 시키는 곤충으로, 개미처럼 집단생활을 하는 곤충이다. 꿀과 꽃가루를 모으는 이유는 개미와 마찬가지로 식량저장 때문이다. 이들은 몸 표면에 잔털에 들러붙은 꽃가루를 모아서 뒷다리에 있는 부위에 접착시킨다. 꿀은 삼켜서 보관했다가 둥지에 돌아가서 내뱉는데 이는 꿀의 독성을 중화시킨다.
꿀벌은 식물의 꽃과 꽃 사이를 다니며 수분 활동을 하는데, 꿀벌떼의 작업량은 인간이 기계 등을 동원해도 쫓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다른 곤충도 암꽃과 수꽃이 따로 피는 식물의 번식을 돕지만, 꿀벌은 꿀 1kg을 얻기 위해 약 4만km를 이동하며 광범위하게 활동하는 만큼, 가장 주된 역할을 한다. 만약 꿀벌이 없다면 인간이 재배하는 주요 100대 작물의 70%가량이 극도의 품귀 현상을 겪거나 혹은 아예 없어져 버린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세계 100대 작물 중 71%가 꿀벌을 매개로 수분을 하기 때문이다. "꿀벌이 멸종하면 인류도 4년 안에 사라진다"는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농작물의 꽃가루를 옮겨주는 꿀벌이 없으면 식량도 사라진다는 의미이다.
텅 빈 벌통, 무슨 이유인걸까
꿀벌이 집단으로 사라진 정확한 이유는 아직 판명되지 않지만 농촌진흥청은 이상기후와 해충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기생성 해충인 응애류는 장마가 지난 뒤 8~9월에 최대로 번식한다. 지난해 이 기간 농가에서 응애류 발생을 미처 인지하지 못했거나 적기에 방제를 못 했을 수도 있다. 이로 인해 응애류가 급증함에 따라 일벌이 정상적으로 양성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이밖에도 검은 말벌 등 일벌 포획력이 탁월한 종을 완전히 퇴치하지 못한 점, 몇몇 농가에서는 응애 방제를 하기 위해서 이전보다 3배 이상에 달하는 과도한 양의 살충제를 사용한 점도 피해를 키운 것으로 분석되었다.
심지어 전세계적으로 꿀벌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 주요 꿀 생산국 중 하나인 호주는 오히려 수천만 마리의 꿀벌을 불태우고 있다고 한다. 호주에서는 현재 꿀벌을 멸종시킬 수 있는 진드기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아응애는 꿀벌의 체액을 먹이로 삼아 바이러스를 감염시켜 '바로아병'을 일으키는 응애(진드기 종 절지동물)로 성체의 경우에도 면역력이 감소하고 비행 능력이 떨어지게 하지만 특히 생체주기 중 가장 민감한 유충과 번데기에겐 더 치명적이어서 사망에 이르게 한다. 초기에는 일본 등 아시아에서 처음 발견됐으나 현재는 전세계적으로 꿀벌을 공격하고 있다.
가을철 저온과 겨울철 고온현상 같은 이상기후도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었다. 지난해 9~10월 저온현상이 발생해 일벌들의 발육이 원활하지 못했는데 이로 인해 젊은 일벌들이 확보되지 못한 상태에서 8월 이전 태어난 상대적으로 늙은 일벌들이 주로 월동에 들어갔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11~12월 고온 현상으로 꽃이 이른 시기 개화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월동중이던 늙은 일벌들은 꽃이 일찍 피자 평소보다 빠르게 벌통 밖으로 나가 화분 채집과 같은 외부 활동을 시작했고, 이에 체력이 소진되고 외부 기온이 다시 낮아지면서 벌통으로 다시 돌아오지 못한 것이다.
꿀벌의 집단 실종 사태는 해외에서도 보고된 바 있다. 지난 2006년 미국 플로리다의 양봉농장에서 꿀벌이 갑자기 사라지기 시작한 '군집붕괴현상(Colony collapse disorder)'이 발견된 후 전 세계 곳곳에서 이와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꿀과 꽃가루를 채집하러 나간 일벌 무리가 돌아오지 않아 벌집에 남아있던 여왕벌과 애벌레가 데로 죽는 현상을 말한다.
살충제 경우에는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살충제가 꿀벌에게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지난 2013년 1월 유럽연합 식품안정청은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 사용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농업에 큰 타격을 준 꿀벌 폐사의 주요 원인이며, 꿀벌에 매우 독성이 강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인간이 사용하는 화학약품으로 인해 꿀벌의 신체 면역체계가 붕괴돼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잃거나 질병에 취약하게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2006년에 비해 현재 꿀벌의 개체 수는 40%가량 감소했으며, 유럽은 1985년에 비해 25%가 줄었다. 특히 영국은 2010년 이후 45%의 꿀벌이 사라졌다. 미국의 생물다양성센터의 최신 보고서에서는 북미 지역의 700종 이상의 꿀벌 종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꿀벌 사라지자 수박 한통 25000원 됐다
국제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Greenpeace)에 따르면 꿀벌이 식량재배에 기여하는 경제적 가치는 무려 373조원이다. 그런데 꿀벌의 감소로 인해 생태계의 교란은 물론 식량안보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과일, 채소 및 견과류부터 식물을 먹고 자라는 동물에 의한 낙농 제품까지 수많은 식품들이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
특히 비타민과 미네랄, 항산화물질 등 각종 영양소가 풍부한 식물성 식품들이 꿀벌에 의존한다는 것도 큰 문제이다. 뉴욕 코넬대 연구진은 "아몬드는 100% 꿀벌의 수분에 영향을 받으며, 딸기, 양파, 호박, 당근, 사과 등의 작물은 90%에 육박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 블루베리, 귀리, 오이, 오렌지, 겨자, 감자, 토마토, 키위, 귀리, 커피 등 영양가 있는 식품들이 꿀벌에 영향을 받는다. 꿀벌이 멸종된다면 이러한 음식의 일부가 사라지거나 가격상승, 품질 하락의 문제가 발생한다. 하버드대 연구진은 꽃가루 매개 곤충들이 완전히 멸종할 경우, 과일과 채소 및 견과류 생산량이 16~23% 범위에서 감소하고, 저소득층과 노약자들이 영양결핍으로 한 해 140만명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수박과 참외 등 매년 봄에 수분을 해줘야 하는 농작물이 전국적인 꿀벌 부족 현상으로 수분 시기를 놓쳤다. 이로 인해 수확량이 줄었고, 도 소매가격이 크게 올랐다.
24일 농산물유통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수박 평균 도매가격은 2184원(kg당)이다. 수박 도매가격은 2020년 1462원, 2021년 1595원으로 오르더니 올해는 2000원을 넘어섰다. 도매가격이 2000원대에 들어선 것은 10년만에 처음이다. 품질 등급이 '상'에 해당하는 수박 한 통의 올해 평균 판매 가격은 2만4980원으로 지난해보다 21% 상승했다.
수박은 꿀벌을 이용해 수분하는 대표적인 농작물로, 전체 수박 농가 가운데 90% 정도가 꿀벌에 수분을 맡긴다. 특히 품질이 좋은 특상품 수박을 생산하기 위해선 수분 시기를 잘 맞춰야 하는데, 3월에서 4월초 꽃이 피는 짧은 시기에 수분해주지 않으면 크고 실한 열매를 얻기 어렵다. 그런데 지난해 겨울과 올해 봄 사이 전국적으로 꿀벌 78억 마리가 집단으로 폐사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전국 도매시장의 수박 반입량이 평년 대비 크게 떨어졌다.
꿀벌 집단 폐사 사태가 수확기가 가을인 사과나 배 재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과와 배 역시 꿀벌을 통해 수분을 진행하는 대표적인 작물 중 하나이다.
매년 5월 20일은 '세계 꿀벌의 날'
꿀벌은 환경 지표종으로, 꿀벌이 활발하게 서식하는 곳은 생태계가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지역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오늘날의 급격한 기후 변화와 인간의 무분별한 농약 사용은 꿀벌을 멸종 위기로 내몰았고, 만약 이 상태가 지속돼 꿀벌이 멸종한다면 인류는 곧 생태계 파괴와 식량 위기에 따른 영양실조를 겪게 될 수 있다. 이에 꿀벌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세계 꿀벌의 날 지정과 더불어 기업들의 꿀벌 보호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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